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세론이 힘을 받고 있다.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일제히 HBM 생산 확대에 나선 가운데 내년 HBM 가격은 최대 1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5년 HBM 판매 단가가 5~10%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에이브릴 우 트렌드포스 수석 부사장은 “HBM의 내년 가격 협상은 올해 2분기에 이미 시작됐다. 공급업체들은 가격을 사전에 인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HBM을 공급하는 주요 업체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이다.
AI 반도체의 필수재인 HBM은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들이 고품질 HBM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면 주요 메모리 업체들과 계약을 이어가야 한다. 올해 HBM 수요의 연간 성장률은 200%에 가까울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예측했다.
5세대 HBM3E의 핵심 공정인 실리콘관통전극(TSV)의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이 현재 40~60%에 불과하다는 점은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우 부사장은 “고객사는 우수한 제품을 공급받기 위해 높은 가격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을 30% 이상이라고 예측했다. HBM 판매가는 일반 D램보다 수 배 더 비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일 기자 간담회에서 2028년 HBM을 포함한 고용량 D램 비중이 전체 메모리 시장의 61%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생산 능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HBM 공급 규모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올해의 배 이상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4 12단의 양산 시점을 2026년에서 내년으로 1년 앞당겼다. HBM 등 차세대 D램 생산 기지인 충북 청주시 공장은 지난달 말 공사를 시작해 2026년 3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도 HBM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2분기부터 HBM3E에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지난 2월 말 HBM3E 양산을 시작했다. 또 내년 생산되는 HBM 제품의 대부분은 이미 판매 계약이 끝났다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