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벌어야 중산층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위소득의 75~200%를 중산층의 기준으로 삼는다. 중위소득은 전체 국민을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1인 중위소득은 약 월 222만원으로 대략 167만~445만원을 벌면 중산층이다. 폭이 넓은 만큼 중산층이라고 다 같은 중산층이 아닐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중산층과 고소득자를 가르는 기준으로 총급여 연 7800만원(월 650만원·전체근로자 평균임금의 200% 이하인 자)을 제시했다. 중위소득이 아닌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중산층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반영했다고 한다.
최근 중산층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은 57.8%인데 이중 40% 정도가 자신을 ‘하층’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 월 700만원을 넘게 버는 고소득 가구의 76.4%가 자신이 ‘상층’이 아닌 중산층이라고 답했다. 대체로 자기 계층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경제적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3%가량에 불과했다. 통상적인 상층 기준(소득 상위 20%)과 괴리가 큰 것이다.
부자이면서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이들은 고학력 엘리트층으로 강력한 사회 발언권과 문화 권력을 가진 그룹이다. 보고서는 끊이지 않는 ‘중산층 위기론’의 실체는 실제 중산층이 줄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고소득층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말고 ‘중산층에서 이탈할 위험이 있는 사람들’과 ‘중산층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중산층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이유는 근로·자녀 장려금 등 정부 여러 정책들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중산층을 두텁게 확대하는 것은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정책 목표다. 정치권은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대학 등록금 지원 확대, 증시 빌드업 등 중산층이 선호할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어떤 중산층을 바라보고 정책 목표를 잡느냐가 중요해졌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