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 강백호(사진)의 타격감이 심상치 않다. 입단 때부터 따라붙은 별명 ‘천재 타자’에 걸맞은 활약으로 올 시즌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하위권으로 처졌던 팀 성적도 덩달아 회복세다.
강백호는 7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37경기에서 타율 0.327를 기록했다. 52안타와 11홈런은 공동 1위, 타점은 35개로 리그 단독 선두다.
지난 2년간 그에게서 실종됐던 면모였다. 데뷔 이래 4년간 81개의 홈런을 때려냈던 강백호는 2022시즌 부상과 함께 고비를 맞았다. 골절에 햄스트링 부상까지 겹치며 프로 입성 이래 가장 적은 62경기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타율(0.245)과 홈런(6개)도 커리어 로우를 찍었다.
반등은 이듬해도 찾아오지 않았다. 국제대회 실수 등이 겹치며 심적 부담을 안고 시즌을 치른 결과 2년 연속 한 자릿수 홈런에 머물렀다. 팀은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가을야구에 성공했지만, 강백호의 자리는 없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옆구리를 다치면서 엔트리에서 빠진 탓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지난달 한 달 동안 홈런 9개를 몰아쳤다. 월간 타율은 0.336까지 나왔다. 베테랑 중심타자들이 갈피를 못 잡는 와중에도 천성호·문상철 등과 더불어 KT가 리그 상위권 공격 지표를 내는 데 일조했다.
맞아 나가는 타구의 질부터 긍정적이다. 프로야구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강백호의 타구는 평균 시속 148㎞로 형성됐다. NC 다이노스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150.9㎞)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강한 타구를 양산했다. 지난해의 시속 140.5㎞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지난 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터뜨린 시즌 11호포는 시속 180㎞를 웃도는 속도로 날아갔다.
후배의 분전에 선배들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직 올 시즌 홈런이 없는 황재균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87로 상승세다. 박병호는 지난달 3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마수걸이포를 신고한 뒤 3경기 만에 다시 손맛을 봤다.
KT의 반격 계획엔 탄력이 붙었다. 최근 10경기 7승 3패로 하위권 탈출의 초석을 놨다. 마운드는 이미 몰라보게 안정을 찾았다. 시즌 첫 두 경기에서 부진했던 웨스 벤자민이 4연승을 거두며 궤도에 올랐고, 무너졌던 필승조 손동현 박영현도 조금씩 제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 여기에 팔꿈치 굴곡근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토종 에이스 고영표까지 돌아오면 본격적인 반등 준비가 끝난다. 현재로선 이달 말 복귀가 유력하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