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은 한 분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고 우리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아들인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는 걸 믿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내용이며 지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부분은 없습니다. 그러나 진실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삶으로 믿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네팔인 노동자 쉼터와 예배 공동체를 섬기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115명의 네팔 노동자가 새로 등록했습니다. 이들 중 삶의 길을 바꿔 진실한 믿음의 길을 걷는 이들은 2명이 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교회가 아닌 쉼터로만 여기고 숙식을 해결하다 때가 되면 떠나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길로 들어가지 못한 형제자매들의 특징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성경공부를 한 후 아무리 성경 지식이 가득하고 신앙에 대한 고백이 굳세게 보인다 해도 삶 속에 십자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는 네팔에 돌아가 원래 자신의 종교로 돌아갈 염려가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과한 사람은 자기 십자가가 생깁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는 모습은 그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체험했다는 뜻입니다. 몇 개월을 무료로 먹고 자면서 아침저녁으로 예배드리며 성경을 배워도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는 사람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자기 십자가는 희생입니다. 몇 개월을 쉼터에서 묵어도 한 푼 쓰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네팔에서 하루 품삯에 해당할 정도로 비싼 세탁기용 세제를 사와 공동체에 전하는 모습은 자기 십자가를 지는 모습 중 하나입니다.
그 동산에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고 싶은 유혹을 이기지 못해 죄가 왔다면 갈보리 동산에서 유혹을 이기고 십자가를 지고 결국 죄를 이깁니다. 자기 십자가는 유혹을 이기는 모습입니다. 네팔인 노동자들이 주일에 노동을 쉬면서 자유 시간을 가질 때 일주일간의 피로와 함께 세상에서의 유혹이 엄청나게 밀려옵니다. 이 유혹을 이기고 교회에 나오는 모습이 자기 십자가를 지는 모습입니다.
십자가를 지는 모습은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고통을 이기는 모습입니다. 교회 일을 하면서 힘든 걸 감내하고 그 속에서 감사하며 기쁨으로 봉사하고 헌신하는 모습이 자기 십자가를 지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2022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네팔에서는 집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봉쇄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때 심지어 집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있는 네팔인 중 믿음이 들어가기 시작한 형제들이 교회와 함께 네팔의 자기 마을에 돈을 보내 여러 사람을 살리기도 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경험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하나님을 진실로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에 대해 진실로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체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절대적인 신, 절대적인 전능자, 창조자, 무소 부재하시고 전지전능한 신으로 믿는다면 당연히 그분 아들의 십자가 대속 사건도 믿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믿는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따라가게 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유혹을 이기는 모습을 본받게 되며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게 되는 것입니다.
네팔 공동체의 최종 목표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십자가를 온전히 지면서 삶을 온전히 희생하고 삶에서 온전히 유혹을 이기고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 뜻을 이뤄가는 십자가를 온전하게 지게 하는 것입니다.
이종만 목사(서울 네팔노동자교회)
◇네팔 노동자교회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100% 네팔인 교회입니다. 대부분이 힌두교도인 이들에게 유일신 하나님과 그의 아들의 십자가 대속, 죽음 후 천국과 지옥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