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근(60)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변호사로 활동할 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이자제한법·대부업법’ 등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입법운동을 펼쳤다. 김 당선인에게 ‘민생 입법 전문가’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김 당선인은 불평등·양극화를 해결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4·10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됐다. 그는 서울 성북을 지역구에서 56.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상규 국민의힘 후보(43.2%)를 1만6544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김 당선인은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를 거치며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4일 국회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 때에는 재벌·대기업들이 신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기조 속에서 중소기업 종사자와 자영업자들이 희생돼 사회의 양극화·불평등이 심화됐다”면서 “윤석열정부는 시장 자율에만 맡기고 민생 문제를 방치하다 보니 민생이 더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김 당선인은 그러면서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의 양 바퀴가 균형 있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이를 위해 22대 국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자영업자 간 불공정한 거래 관계를 개선하는 입법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김 당선인은 “사회적 갈등을 입법이나 정책으로 풀어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 국회의원인데, 우리 사회는 정쟁적·정치적 공방이 중심이 됐다”면서 “저는 정치인의 역할보다 입법가의 역할에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IMF로 정리해고 당한 사람들이 퇴직금으로 상가를 임대차해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1년 만에 쫓겨나고 파산당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정 운동을 성공시켜 지금은 상가에서 쫓겨나지 않고 10년 정도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 운동을 통해 100~200%의 고리사채로 인한 문제를 시정했다. 2013년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 사태 때는 대기업 본사가 대리점주·가맹점주들에 ‘갑질’하지 못하도록 ‘가맹점·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입법운동을 했다.”
-22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추진할 법안은 무엇인가.
“대기업들이 거래 상대방인 경제적 약자들에게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이 영세화됐고, 노동자들은 치솟는 물가에 비해 임금은 정체돼 ‘신빈곤층화’되고 있다. 이런 양극화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자영업자 사이의 불공정한 거래 조건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 약자들이 단체를 구성해 집단적으로 대기업과 교섭할 수 있도록 단체교섭권을 마련해주는 법안들을 추진할 예정이다.”
-민생 측면에서 21대 국회를 평가한다면.
“문재인정부 말기에 과감한 개혁을 하지 못해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됐다. 대표적으로 문재인정부는 플랫폼에 대해 원칙을 갖지 못했다. 혁신을 통해 독점이 만들어지면 독점적 이익을 누리게 해줘야 다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배달의민족과 쿠팡 등이 독점적 이익을 누리게 해줬다. 그러나 새로운 혁신을 위해선 독점을 깨줘야 한다. 미국에선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팔기’를 통한 독점을 깼기 때문에 구글·애플·아마존 같은 새로운 혁신 기업이 등장할 수 있었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아예 시장 자율에만 맡기는 등 민생이 더욱 후퇴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넓히는데, 입점한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은 처지가 어려워졌다.”
-문재인정부 때 양극화가 심화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문재인정부에서는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의 두 바퀴로 경제를 운영한다는 원칙이 있었는데, 점점 균형을 잃고 혁신성장만 강조됐다. 재벌 개혁보다는 재벌들이 신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 중심이 되다 보니 중소기업·자영업자는 어려워졌다. 진정한 혁신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의 양 바퀴가 균형 있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제가 그 부분에 기여할 것이다.”
-민주당이 주창하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현재 물가는 원자재가격 등 공급 측면에서 오르고 있는 것이지, 과수요 때문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비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부담을 낮춰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서라도 보조금 지급이 필요하다. 미국은 7390억 달러 재정을 10년 동안 모아 경제적 약자를 위한 에너지 보조 등을 한다. 독일도 2200억 유로를 투입해 에너지 보조금을 준다. 윤석열정부는 대기업 부자 감세로 세수가 펑크 나니 어떤 재정정책도 못 쓰고 있다. 민생을 파탄시킨 데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기에 총선에서 국민적 심판을 받은 것이다.”
-양극단화된 정치지형에서 정치개혁과 민생개혁이 함께 갈 수 있다고 보는가.
“‘정치는 고정돼 있다. 어차피 안 변한다’고 한다면 희망이 없다.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와 비판으로 다선 의원들이 다수 물러나고 수많은 초선들이 국회에 들어왔다. 저도, 새로운 사람들도 기존 정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을 것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