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국빈 방문 중인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3자 회담을 했다. 무역·통상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의제에 오른 가운데 유럽과 중국 간 대화의 중요성에는 모두 공감했다.
AP뉴스와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을 환영하며 “현 국제 정세에선 그 어느 때보다 유럽과 중국의 대화가 필요하다. 유럽의 미래는 중국과 관계를 균형 잡힌 방식으로 지속해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에 달렸다”면서 “우리는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도 “중·불 관계와 중국·유럽 관계가 서로를 촉진하고 함께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세계는 새로운 격동·변혁기에 진입했다. 세계의 중요한 두 축의 힘으로서 중국과 유럽 양측은 동반자로서 대화·협력을 계속하고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EU 회원국들의 우려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유럽과 중국이 글로벌 이슈들에 책임감 있게 대응할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면서 “유럽과 중국은 상당한 규모의 경제관계를 맺고 있지만, 국가 주도의 과잉 생산, 불평등한 시장 접근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러시아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도 주문했다.
중·불 양국 정상 부부는 7일 프랑스 남부 오트피레네로 옮겨 점심을 함께한다. 이곳은 마크롱 대통령의 외할머니가 2013년까지 살던 곳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종종 방문하는 ‘마음의 고향’이다. 시 주석과 개인적 친밀감을 높이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프랑스, 미국 언론은 시 주석의 프랑스 방문을 각기 다른 시각으로 조명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6일 사설에서 “중국·유럽 관계는 그 어떤 제3자도 겨냥하지 않고 어떤 제3자에게도 예속되거나 통제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지한다”면서 “유럽에 중국은 위험이 아닌 기회이고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반면 프랑스 르몽드는 5일 사설을 통해 “중국과 대화하되 환상을 갖지 말라”면서 “프랑스 혼자 세계 2위 강대국과 싸울 수는 없다. 통일된 유럽만이 중국이 귀를 기울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강한 유럽을 원한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서구 민주주의를 약화해 대서양 관계는 물론 EU 자체도 최대한 잠식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시 주석의 행보는 유럽과 미국의 유대를 느슨하게 하고 미국 지배에서 벗어난 세계를 만들 기회를 잡으려는 의도”라며 “미국은 시 주석의 이번 유럽 방문을 서방 동맹(미국과 유럽)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노력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