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둔화기에 접어든 게임 업계 재부흥을 위해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내놓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현장에서 요구해 온 게임 개발 세액 공제,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제도 등이 빠졌기 때문이다. “진흥 없는 진흥법” “여전히 규제만 산적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게임을 구입하고 즐기는 사용자들은 이용자 피해를 직접적으로 구제하는 내용을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1일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2028년까지 추진할 5개년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은 ▲게임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규제 혁신 및 공정게임 환경 조성 ▲게임산업 저변 확대 등 3대 전략을 제시하고 12개 세부 과제를 추진해 게임 산업이 연평균 5%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내용이다. 2028년 목표 매출은 30조원이다.
발표한 내용의 면면을 보면 콘솔 플랫폼과 인디 게임 육성에 방점을 찍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게임 산업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것을 신시장인 콘솔 분야 개척으로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엑스박스의 마이크로소프트,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 닌텐도스위치의 닌텐도 등 세계적인 콘솔 플랫폼사와 협력해 국내 유망 게임을 발굴하고 맞춤형 제작, 플랫폼 입점·홍보를 연계 지원해 세계 시장 개척에 가속도를 붙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구체적인 예산과 협의 근거가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콘솔 같은 특정 분야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에도 의문을 표시한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콘솔 장르에 적극 투자하는 건 좋지만 기존 돈벌잇감이자 산업 성장을 이끌어온 PC·모바일 게임 또한 계속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영상 콘텐츠 제작비가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된 것과 달리 게임 제작은 여전히 세제 혜택에서 제외된 것에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도입을 약속한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제도 역시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모호한 입장이다. 대리인 제도는 해외 게임사가 국내 시장에서 더욱 책임있게 영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다.
정부는 게이머 보호를 위한 법적 제재 수준을 강화했다.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를 위반해도 손해배상 책임이 바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게임사가 고의와 과실이 없음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만약 게임사의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 최대 2배까지 배상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채택하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게이머들은 “이러한 규제는 당연한 절차” “게이머 보호가 이제야 제대로 정립된다” 등의 긍정적인 의견을 폈다. 반면 게임사들은 강화된 손해배상 책임을 우려한다. “그렇잖아도 어려운 상황에 더욱 옭죈다”는 반응이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회장(숭실대 교수)는 “업계가 힘든 상황인 만큼 정부는 새로운 각도에서 어떤 부분이 게임 산업을 더디게 하는지 관계자들과 진정한 소통이 필요하다”면서 “미시적인 관점이 아닌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인 게임 산업을 차근차근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