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美에 “라파 작전 불가피” 휴전협상 교착되자 공격 강행 통보

입력 2024-05-07 02:20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5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야드바셈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추모식에서 추도예배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휴전 거부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통보하고 라파에서 민간인 대피 작업에 돌입했다.

아비하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서 “남부 해안에 있는 알마와시의 ‘인도주의 구역’을 확대한다”며 라파 동부 주민들에게 이곳으로 대피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현재 전단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대피 정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파에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내려온 피란민 등 140만명이 머물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대피 명령은 라파 동부에 있는 주민 약 10만명에게 해당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동부에서 제한된 범위의 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이후 작전은 정부 승인에 따라 점진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휴전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종전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인질 석방의 대가로 전투를 잠시 멈출 수는 있지만, 어떤 경우라도 군사작전 종료와 가자지구 철군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며 확실한 보호 대책 없이 라파를 공격하는 것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필요할 경우 ‘홀로서기’도 감당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예루살렘의 야드바셈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추모관에서 “홀로코스트 당시 얻은 교훈은 스스로 방어하지 않으면 누구도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홀로 서야 한다면 홀로 설 것”이라고 말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마스가 휴전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시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은 전날 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하마스의 국경검문소 로켓 공격과 휴전 제안 거부 등을 언급하며 라파 공격에 관한 입장을 전달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