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길어질 긴축 고통… 경제 주체 모두 경각심 가져야

입력 2024-05-07 00:30
국민일보DB

한국 경제의 방향을 시사하는 각종 시그널이 어지럽게 돌출하고 있다. 긍정적인 신호와 부정적인 전망이 서로 충돌하며 혼재하는 시계 제로의 변곡점을 맞았다. 7개월 연속 견고한 증가세를 보인 수출에 예상 밖의 내수 호조가 더해졌던 1분기 1.3% 깜짝 성장률은 우리 경제에 기대감을 불어넣었지만, 채 2주를 가지 못했다. 며칠 뒤 발표된 3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투자·소비가 나란히 큰 폭으로 추락해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성장률을 2.6%로 전격 상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이번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한국은행이 잇따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고금리 장기화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정부는 올해 재정의 65%를 상반기에 집행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상반기 재정이 내수를 견인하고, 지난해 4분기부터 증가폭을 키워온 수출과 올해 상반기로 예상됐던 금리 인하가 맞물리면 경기 회복이 한층 빨라지리란 구상이었다. 이 밑그림의 중요한 축인 금리에 결국 빨간불이 들어왔다.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해 연준이 연내엔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고, 이창용 한은 총재도 “4월 이후 통화정책의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며 고금리 기조 유지를 시사했다. 한은의 4월 통화정책 회의가 12일이었으니 한 달도 안 돼 급선회한 것이다.

이런 롤러코스터 경제 상황에서 최선의 대비를 하려면 최악을 상정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긴축의 시간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는 전제 아래 하반기 경제 운영 방향을 재점검하고, 정부·기업·가계의 경제 주체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당장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해외 분석기관에서 PF 대출 부실화로 일부 금융기관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꺼냈고, PF 대출 비중이 큰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이 문제의 끝이 아닌 시작이란 관측 역시 계속 제기돼 왔다. 조만간 ‘PF 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금융 당국은 냉정하게 옥석을 가리는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의 확산을 막아야 할 것이다.

시장 금리는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다. 고금리 고통을 가까스로 버텨온 영세기업·소상공인·가계에서 한계에 직면하는 이들이 나올 수 있다. 이들에게 버팀목이 돼줄 지원책을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하반기 가용 재정이 충분치 않지만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고금리 장기화가 민생과 가장 직결되는 문제는 물가일 것이다. 최근 출범한 정부의 민생물가태스크포스가 역량을 발휘하기 바란다. 두 과제가 놓여 있다. 고금리가 고물가로 이어지는 파급력을 최소화하고, 기후변화와 국제정세 영향이 큰 식품물가의 근본적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