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대선 우파 승리… 중남미 ‘좌파물결’ 제동

입력 2024-05-07 02:38
파나마 대선에서 승리한 호세 라울 물리노 목표실현당 후보가 5일(현지시간) 밤 수도 파나마시티의 선거 캠프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당선을 자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나마 대선에서 중도우파 야당인 목표실현당의 호세 라울 물리노(64) 후보가 승리했다.

파나마선거재판소에 따르면 물리노는 5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92% 개표 기준 33.6%의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중도좌파 여당인 민주혁명당의 호세 가브리엘 카리소 후보는 5.6%의 낮은 득표율로 8명 후보 중 6위에 머물렀다. 물리노 당선인은 오는 7월 1일 임기 5년의 대통령에 취임한다.

물리노는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 집권기인 2009~2014년 법무부·안보부 장관을 지냈다. 2013년 미그-21 전투기 2대 등 미신고 무기 240t을 설탕 포대 더미 밑에 숨기고 파나마운하를 지나던 북한 선박 ‘청천강호’를 적발해 억류한 당시 안보장관이 물리노였다.

물리노는 당초 마르티넬리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이번 대선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2월 마르티넬리가 재임 시절 정부 예산 전용·횡령 사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후보직을 상실하자 물리노가 대체 후보로 채택됐다. 물리노의 대선후보 자격은 경쟁자들의 이의제기로 법정공방을 벌인 끝에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3일에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물리노의 당선은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에 이어 중남미의 ‘핑크타이드’(좌파 정권 득세)를 끊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리노는 마르티넬리의 친미 외교 기반 개방경제와 국책사업을 통한 성장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주민 반발에 따라 내려진 미네라파나마 구리광산 폐쇄 결정이 물리노 정부에서 뒤집힐지도 관심을 끈다. 이 광산 지분의 10%를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보유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