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어린이날에 쉬지만 어버이는 어버이날에 쉬지 못한다. 어린이날이 공휴일인데 반해 어버이날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두 기념일의 취지는 같지만 어버이날은 1973년 제정 이후 한 번도 공휴일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을 지지하는 여론은 늘 높았다. 올해도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을 찬성하는 응답자가 절반이 넘었다는 여론조사(SK커뮤니케이션즈)가 나왔다. 응답자의 78%가 찬성한다는 조사(뉴스토마토)도 있었다.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법률안은 2010년 18대 국회 이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21대에는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들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 공약을 냈었다. 이 공약은 무산됐으나 당시에도 여론은 찬성이 66%(CBS, 리얼미터)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휴일 지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노동생산성 하락과 자녀 돌봄의 어려움 등을 지적한다. 쉬는 날이 많아지니 생산성이 떨어지고, 휴일에 자녀를 맡길 곳이 없는 부모들의 고충이 크다는 것이다.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영세 근로자들의 소외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반박하는 논리도 있다. 한국인의 근로 시간은 세계적으로도 길다. 지난해 한국인의 연 평균 근로시간은 1904시간으로 OECD 평균(1719시간)보다 185시간 많았다. 공휴일이 하루 늘어나더라도 한국인의 근로시간은 OECD 평균을 웃돈다.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가정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국민들에게 휴식을 보장하고 내수를 진작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하니, 긍정적인 요인이 클 것 같다. 다만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자영업자나 취약 계층 자녀들을 위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확대 제공할 필요가 있겠다. 공휴일 요일제를 도입하는 것도 좋겠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