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거치며 경마와 카지노 등 대면 사행산업은 위축됐지만 로또 등 복권 매출이 2조원 가까이 늘며 전체 사행산업 규모는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과 고물가 한파 속에 더 쉽고 큰 ‘대박’을 노리는 행태가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결산 기준 사행산업 총매출액은 22조9101억원으로 전년(14조3758억원) 대비 59.4%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직격타를 맞았던 카지노·경마·경정 등 대면 사행산업이 상당 부분 회복된 영향이다.
다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사행산업 지형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사행산업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경마산업 매출액은 2019년 7조3572억원으로 전체의 32.5%에 달했지만 2022년 매출액은 6조3969억원으로 줄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9%로, 코로나19 이전보다 4.6% 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카지노와 경륜도 경마와 마찬가지 흐름이다. 2019년에 각각 12.9%, 8.1% 비중을 차지했던 두 산업의 매출액 비중은 2022년 8.5%, 7.4%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전체 사행산업 규모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대면 사행산업이 빠진 자리를 로또 등 복권이 채웠기 때문이다. 2019년만 해도 4조7933억원 수준이던 복권류 매출액은 2022년 6조4292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사행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21.2%에서 28.1%로 6.9% 포인트나 늘어나면서 경마 비중을 앞질렀다.
복권류 매출액 증가가 전체 사행산업 규모를 지탱한 셈이다. 실제 2022년 전체 사행산업 매출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2조6507억원)보다 오히려 1.1%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기획재정부 관보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매출은 6조7507억원으로 2022년보다 3215억원 늘었다. 복권류 선호가 비단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강제 때문이 아니라 트렌드 변화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 불황과 고물가 등에 따른 사회 전체적인 침체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산 형성도 어려워지고 빚진 이들이 늘면서 카지노·경마 대신 복권처럼 한 번에 목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복권류는 똑같이 인생 역전을 시도하는 사행산업 중에서도 접근성이 높고 단순한 특성이 있다. 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방식에 매달리는 심리가 커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 교수는 “주식이나 부동산은 큰 돈을 만들기도 어렵고 특히 부동산의 경우 돈을 벌려면 대출도 많이 받아야 하고 위험도 높다”며 “그에 비해 복권은 가격도 저렴하고 단순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