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산 KCC가 통산 6번째 챔피언에 올랐다. 이적시장에서 보여준 광폭 행보부터 충격적인 연고 이전까지 얘깃거리를 몰고 다닌 끝에 포스트시즌 3연속 업셋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KCC는 5일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챔프전) 5차전에서 홈팀 수원 KT를 88대 70으로 제압했다. 부산에서 벌어진 3·4차전을 내리 잡아내며 시리즈 3승 고지에 선착한 여세를 몰아 적지 수원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0-2011시즌 5번째 우승을 거둘 때만 해도 리그 최고 명문이었던 KCC는 이후 12년간 무관에 그쳤다. 길었던 침묵을 깬 건 올 시즌을 앞두고 결성된 ‘슈퍼팀’이었다. 기존의 라건아 허웅 이승현에 군 복무를 마친 송교창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된 최준용이 가세했다.
잇따른 부상 속 정규리그 5위에 그치며 삐걱거리던 KCC의 국가대표 라인업은 포스트시즌 들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6강·4강 플레이오프에서 난적 서울 SK와 원주 DB를 각각 3승 무패와 3승 1패로 완파했다.
질주는 이날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두터운 뎁스에서 비롯된 체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빠른 농구를 구사하며 KT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스틸은 상대(7개)의 2배를 넘는 15개를 기록했다.
최종 21득점을 올린 허웅이 선봉장을 자처했다. 전반에만 3점슛 4개 중 3개를 성공시킨 결과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4표 차로 수상을 놓친 라건아도 빼놓을 수 없었다. 플레이오프 내내 가장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던 그는 이날도 20득점 9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원주 동부 시절이었던 2007-2008시즌 이후 16년 만에 우승 지도자가 된 전창진 KCC 감독은 “감회가 남다르다”며 “부·명예를 떠나 이런 것 때문에 선수를 하고 감독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임 사령탑 송영진 감독 부임 첫해 우승에 도전한 KT는 후반 경기력에 발목을 잡혔다. 하프타임까지 40대 36, 4점 차 접전으로 흐르던 승부는 3쿼터 들어 KT가 야투 난조에 빠지면서 급격히 KCC 쪽으로 기울었다.
패배에도 KT 에이스 허훈의 투지는 단연 빛났다. 4차전까지 경기당 평균 26득점을 몰아쳤던 그는 이날도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29득점을 올렸다. 체력 소모가 심한 데다가 감기까지 겹쳐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40분 동안 한 번도 코트를 비우지 않았다.
수원=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