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정작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선(先) 구제, 후(後) 회수’ 방안이 담긴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했다. 정부와 여당은 막대한 재정 투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개정안 통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행법상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보증금 3억원 이하, 다수 피해자 발생, 사기 고의성 등을 충족해야 한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대책위원회 위원장은 5일 “수사기관이 나서지 않는 이상 개인이 일일이 어떻게 고의성을 입증하느냐”고 말했다. 현행법상 피해자 지원은 경·공매 유예 및 우선매수권 부여, 전세자금 저리대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현행 지원책은 빚낼 수 있으면 다시 빚내서 집 사라는 소리”라며 “사실상 그냥 빈껍데기”라고 했다.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아예 반환받기 힘든 후순위 임차인에게 최우선 변제금(보증금의 약 30%)을 보상하는 내용의 특별법 처리를 촉구해 왔다. 공공기관이 피해자에게 전세금 일부를 먼저 돌려주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하는 방안이다.
시민단체는 공공기관이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 구제하는 경우 4875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반면 정부는 최대 4조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정부는 사인 간 계약의 손실을 정부가 구제하는 건 전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보증금 성격에 따라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다른 사기와) 형평성 문제 등이 있으니 고민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주거 문제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고 ‘무자본 갭투기’를 성행하게 한 사회 구조가 전세사기를 유발했기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피해 회복의 핵심은 보증금 반환인데 현행법으론 불가능해 법에 구멍이 있는 셈”이라며 “무분별한 전세자금대출 같은 시스템이 일으킨 것이니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를 유발하는 시스템을 손보는 등 본질적인 피해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증금이 집값의 일정 비율 이상을 넘지 못하게 하는 전세가율 상한제 도입 의견이 나온다. 김 교수는 “전세가율 70%로 상한을 두면 나머지 30%는 임대인이 조달해야 해 무분별한 갭투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심사 강화 의견도 있다. 임 교수는 “전세대출 상환은 결국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줘야 가능하다”며 “은행이 임대인과 주택 심사를 강하게 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차인들은 대출금을 자기 돈으로 갚아야 해 원통하고 억울한 상황”이라며 “금융기관도 채무 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헌 양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