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 재고 ↑… ‘GDP 깜짝 성장’ 곳곳 적신호

입력 2024-05-06 00:05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3%에 달하는 기대 이상의 성장 폭을 기록했지만 같은 시기 제조업 생산과 소매판매액, 설비투자 등 지표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견인한 수출마저도 하반기에는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는 109.5로 전분기 대비 0.5%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지수가 직전 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2022년 4분기(-4.9%) 이후 5분기 만이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도 0.3%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진 증가 흐름이 3분기 만에 꺾인 것이다.

제조업 분야의 출하·재고 지표도 뒤집혔다. 1분기 제조업 출하 지수는 지난해 4분기보다 3.0% 줄어 2022년 4분기 이후 가장 감소 폭이 컸다. 반도체(-9.0%)와 전기장비(-2.1%)와 전자부품(-2.0%) 업종에서 나란히 감소 추세가 나타났다. 반대로 제품 재고 지수는 같은 기간 1.2% 늘어 증가세로 전환했다.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도 1분기 0.2% 감소했고 설비 투자도 1.2% 줄었다. 현재 경기 흐름을 가늠케 하는 3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9.6으로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100.3으로 1개월 사이 0.2포인트 내렸다. 두 지표가 동반 하락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런 지표들에도 1분기 성장률이 뚜렷하게 나타난 건 수출 덕이 크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실질 GDP 성장률 3.4%에서 수출 기여도는 3.1%포인트다. 수입 감소를 반영한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3.9%포인트에 달했다. 그러나 하반기 상황은 밝지만은 않다. 수출이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반등을 보인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는 지난해 기저효과로 증가율이 꺾일 수밖에 없다. 향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관세 장벽 등 문제가 두드러지며 수출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