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로 박찬대 의원이 선출되면서 당내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한층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땅한 구심점이 없는 비명계도 일단은 “단결이 중요한 시기”라며 동조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달 치러진 22대 총선 압승을 기점으로 ‘친명 일극’ 체제를 다져나가고 있다. 박 의원의 단독 출마와 과반 당선으로 싱겁게 끝난 지난 3일 원내대표 선출 경선이 대표적이다. 당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후보군인 3, 4선 당선인만 44명에 달해 후보 난립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선거 초반엔 10여명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했지만 줄줄이 뜻을 접었고 결국 ‘찐명’(진짜 친명) 박 의원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박 의원 홀로 출마하면서 후보자 토론 절차도 생략됐다.
국회의장 선거에 나선 최다선 의원들이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의중)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것도 친명 민주당이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6선이 된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 5선의 정성호·우원식 의원 모두 국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여야 중재 대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친명계 원외 조직이던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번 총선에서 31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며 민주당 최대 계파 모임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29일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연 총선 평가 간담회에는 국회의장 후보 4명이 모두 참석했다.
이런 흐름 속에 당내에선 이 대표의 당대표직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비명계는 공천과 총선 과정을 거치며 수적으로 열세가 된 데다 이 대표에 대항할 주자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용진 의원 등이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친명에 쏠린 당원 구성상 출마해도 승산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명계는 친명 주도의 일방적인 당 운영을 우려하면서도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는 분위기다. 한 비명계 의원은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이재명 일극 체제로 가는 측면이 있지만 22대 국회 초반에는 일체감을 갖고 움직이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다양성을 내세우기보다 계파가 서로 힘을 합칠 때”라고 덧붙였다.
비명계 다른 의원도 “민주당 내부의 변화를 어떻게 끌어낼지에 대한 고민이 있지만 일의 우선순위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윤석열정부에 맞서 제대로 싸우라’는 민심부터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