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와 50년… 한국연극의 큰 별 임영웅 연출가 별세

입력 2024-05-06 07:15
연합뉴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50년간 연출한 임영웅(사진) 극단 산울림 대표가 4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산울림에 따르면 임 대표는 노환으로 입원 중이던 서울대병원에서 이날 새벽 숨을 거뒀다. 1934년 서울에서 출생한 임 대표는 서라벌예대에서 수학하고 1955년 연극 ‘사육신’을 연출하면서 연극계에 데뷔했다. 1969년 사무엘 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국내 초연한 이래 다양한 작품으로 한국 연극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1970년 창단 극단 산울림을 창단해 현대연극의 산실로 키워냈고, 1985년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소극장 산울림을 개관한 이후 완성도 높은 연출로 문제작들을 산울림의 무대에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산울림 소극장은 대학로의 대표적인 소극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고인은 극단 산울림을 통해 ‘고도를 기다리며’를 1969년부터 50년간 1500회 이상 공연하며 22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만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임 대표는 ‘비쉬에서 일어난 일’, ‘꽃피는 체리’, ‘목소리’, ‘위기의 여자’,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 해외 작품들을 들여와 연출하고, 다양한 국내 창작극들도 발굴했다.

연극뿐 아니라 한국 최초의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를 비롯해 여러 뮤지컬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문화예술 공로자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금관문화훈장, 한국백상예술대상과 동아연극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서울시 문화상, 파라다이스상 문화대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배우자인 불문학 번역가 오증자 씨와 슬하에 임수현 예술감독 등 1남 1녀가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