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에 25兆 우르르… 고개 드는 우리사주 열풍

입력 2024-05-06 06:10

오는 8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앞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에 25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라는 기대감에 직원들의 우리사주조합 청약 열기도 뜨거웠다. 임직원 640여명이 참여해 청약률 92.8%를 기록했다.

여기엔 해외 근무 직원뿐 아니라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테크 직원까지 뛰어들었다. 평균 청약 금액(1억66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직원 대부분이 대출을 받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 유지보수와 친환경 개조 등을 전문으로 하는 HD현대그룹 계열사다. HD현대 관계자는 5일 “지속적인 업황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임직원 참여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의 알짜 자회사 상장이 이어지면서 임직원들의 ‘우리사주 열풍’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LS머트리얼즈 등이 잇달아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 흐름을 이어가며 ‘IPO 대박’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기차 시장 침체 분위기 속에도 우리사주 청약률 100%로 완판됐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주가는 10만9800원으로 공모가 3만6200원보다 3배 이상 높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LS머트리얼즈도 우리사주 청약률 98.24%를 기록했는데, 주가(2만6100원)가 공모가(6000원)를 크게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다시 ‘우리사주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호예수 기간(1년)에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상장 초기 과열된 주가가 시간이 지나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사례가 되풀이되면서다. IPO 열기가 극에 달했던 2021년 상장한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은 여전히 공모가 대비 주가가 반 토막 수준이다.

직원들의 ‘로또 퇴사’ 딜레마도 되살아난 모습이다. 보호예수 기간에 우리사주를 팔려면 퇴사를 해야 한다. 상장 초기 주가가 높을 때 우리사주를 팔고 직장을 그만둘지, 회사를 계속 다니며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것이다.

다만 고물가에 경기 침체 장기화로 퇴사 대신 ‘관망’을 택하는 것이 최근 분위기다. 지난해 IPO를 진행한 기업 관계자는 “상장 초기 일부 퇴사자가 있긴 했지만 대다수 직원들은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회사에 다니며 장기 주가 성장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