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온몸에 가시가 있어 밤새 침대를
찢었다. 어제 나의 밤엔 아무것도 남지
못했고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했다.
가시는 아무런 실마리도 없이 밤마다 돋아
나오고 나의 밤은 전쟁이 된다.
출구를 찾지 못한 치욕들이 제 몸이라도
지킬 양으로 가시가 되고 밤은 길다.
가시가 이력이 된 날도 있었으나 온당치
않았고 가시가 수사(修辭)가 된 적이 있었으나
모든 밤을 다 감당하진 못했다. 가시는
빠르게 가시만으로 완전해졌고 가시만으로
남았다. 가시가 지배하는 밤. 가시의 밤
-허연 시선집 ‘밤에 생긴 상처’ 중
불면의 밤, 괴로움에 자꾸 몸을 뒤집는 밤, 식은땀을 흘리는 밤이 있다. 시인은 그런 밤을 “가시의 밤”이라고 묘사한다. 일과 사람을 떠나 혼자가 된 밤의 시간에 온몸에서 가시가 돋아나온다. “출구를 찾지 못한 치욕들이 제 몸이라도/지킬 양으로 가시가 되고” “나의 밤은 전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