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앞둔 공부방 교사들 “선물 공구 하실 분 있나요?”

입력 2024-05-03 02:01

고물가 탓에 어린이날을 앞둔 공부방 교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다수 공부방은 학생들에게 간식과 학용품 등 선물을 제공해 마케팅을 하는데 올해는 물가 고공행진으로 선물 마련이 더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공부방은 학원보다 규모가 작고 수강료도 낮다. 운영난에 직면한 일부 공부방들마저 수강료를 올리면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어 공부방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2일 “어린이날 선물로 과자 패키지 상품을 준비했는데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 배나 올랐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5000원대에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고를 수 있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1만원을 넘겼다고 한다. 인천의 한 공부방 교사도 “천연 방향제를 준비했는데 지난해는 개당 6000원에 샀지만 올해는 1만원 이상 지출했다”고 토로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먹거리를 만드는 교사들도 있지만 원재료 가격도 만만치 않다. 최근 공부방 교사들 사이에선 솜사탕을 만드는 소형 기계가 인기를 끌었다. 평균 4만원 정도면 구매 가능해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서다.

문제는 올 1분기 설탕 가격이 지난해보다 24%가량 올랐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떡볶이도 마찬가지다. 밀가루 가격은 지난해보다 1.67% 떨어졌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35%가량 올랐다.

학용품 가격도 비슷하다. 올해 1분기 필기구 가격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7.6% 올랐다. 어린이날 기념 할인 행사도 있지만 30~50개의 단체 주문만 할인받을 수 있다. 10여명의 학생을 둔 공부방 운영자는 “공부방은 소규모여서 할인을 받기 어려워 공동구매를 할 다른 선생님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용이 부담돼도 경쟁이 치열한 공부방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질 좋은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도 구리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백승인(44)씨는 “공부방은 학습뿐 아니라 돌봄까지 제공하는 곳”이라며 “어린이날뿐 아니라 항상 선물을 잘 준비해야 학부모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기조 장기화 탓에 공부방들이 수업료를 인상하면 다시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한 달 공부방 수강료는 15~20만원인데, 평균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부방은 규모가 작아 고물가에 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수업료를 인상하면 학부모의 부담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