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양산 시점을 전반적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3분기부터 5세대 HBM인 HBM3E 12단을 양산하고, 내년에는 6세대 HBM4 12단을 양산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HBM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2일 경기도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BM은 올해도 내년에도 이미 ‘솔드아웃’(완판)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데이터센터용 AI는 온디바이스 AI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라며 “AI에 특화된 초고속·고용량·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HBM3E 12단의 제품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초 내년 양산이 예상됐으나,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공급 시기가 빨라졌다. SK하이닉스는 다음 세대인 HBM4 12단의 양산 시점도 2026년에서 내년으로 앞당긴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와 협업해 HBM4을 양산할 계획이다. 추격에 나선 삼성전자는 2분기 내 HBM3E 12단 양산, 내년 HBM4 개발이 목표다. 앞서 HBM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올해 2분기에 양산한다고 공식 발표하자, SK하이닉스가 HBM 로드맵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며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 개발·양산에 ‘올인’하는 이유는 그만큼 수요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곽 사장은 “올해 HBM 물량은 고객들과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라며 “고객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28년 HBM, 고용량 D램 등 AI 반도체의 비중이 전체 메모리 시장의 6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곽 사장은 올해까지 HBM 누적 매출이 “100억 달러대 중반, 즉 백수십억 달러 정도”라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도 뉴스룸 기고에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예상되는 HBM 매출이 “1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적층 기술 ‘MR-MUF’도 강조했다. MR-MUF란 여러 칩을 적층할 때 한번에 포장하는 기술이다.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에선 열 방출 기능이 10% 개선됐다. SK하이닉스는 HBM4 16단에도 어드밴스드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의 충북 청주 신공장, 용인 클러스터, 미국 인디애나 공장 가동 계획도 소개됐다. D램 생산기지로 낙점된 청주 신공장 ‘M15X’는 2026년 3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공장에는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최종 조립) 생산 기지가 건설된다. 이곳에선 2028년 하반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가 양산된다. 용인 클러스터에 들어설 SK하이닉스 첫 번째 공장은 내년 3월 착공돼 2027년 5월 준공될 예정이다.
이천=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