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일 당 의결기구인 전국위원회를 열어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을 공식 임명했다. 4·10 총선 참패 22일 만에 다음 전당대회까지 약 두 달간 당을 이끌 ‘관리형 비대위’가 들어선 것이다. 오는 9일로 연기된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는 3선의 송석준 의원이 처음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전국위원회는 이날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비대위 설치 및 비대위원장 임명안에 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598명 중 549명(91.8%)이 찬성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윤석열정부 출범 2년 만에 여당의 네 번째 비대위가 닻을 올렸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까지 포함하면 여섯 번째다.
황 위원장은 6월 말, 7월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개최 준비 임무를 맡게 됐다. 황 위원장은 통화에서 “훌륭한 당대표를 뽑아 당을 정상화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 인선 작업은 원내대표 선거 이후 마무리될 전망이다. 황 위원장은 “당연직 비대위원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새로 선출되면 그들과 함께 지역·세대·성별 안배를 고려해 총 7~9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우여 비대위’의 핵심 과제는 ‘당원투표 100%’로 돼 있는 전당대회 룰을 개정하는 문제다. 총선 참패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도부 선출 과정에 당심뿐 아니라 일반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반면 ‘당대표는 당원이 뽑는 게 맞는다’며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어 접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3040세대 낙선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공부모임 ‘첫목회’는 이날 국회에서 첫 세미나를 열고 ‘당원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전대 룰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합의했다. 아울러 현재 당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조만간 황 위원장을 만나 공식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첫목회 간사인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민심과 굉장히 괴리가 있었던 결과에 대해 우리가 반성하는 모습, 당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민심을 반영하는 룰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마하려는 의원이 없어 9일로 미뤄진 원내대표 경선은 송 의원이 공식 출마를 선언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송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아무리 험하고 고된 길이라 해도 가야 할 길이라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대출·이종배 의원(이상 4선), 추경호·성일종·이철규 의원(이상 3선) 등도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로부터 불출마 압박을 받았던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이철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출마하지 말라고 이야기한 사람은 우리 집 아내 외엔 아무도 없다”며 “의지는 진작에 확고히 서 있다. 다만 내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추 의원과 성 의원은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우진 구자창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