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기업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이 공개됐으나 공시 참여 여부부터 작성 내용까지 모두 기업 자율에 맡겨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2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과 해설서 초안을 공개했다.
금융위는 상장사들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하고 공시를 통해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들은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 6개 항목을 적어야 한다. 금융위는 연 1회 등 주기적인 공시를 권장했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밸류업 공시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는 공시 여부부터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등 기업의 ‘자율성’에 맡긴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금융 당국은 어디까지나 기업들이 스스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진정성 있는 공시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기업이 계획에서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불이익은 없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일본은 지난해 말까지 실제 관련 내용을 공시한 기업이 대상의 30%가 채 안 됐다가 점차 확대되면서 현재 35%까지 증가했다”며 “기업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제대로 공시를 하고, 그에 따라 해당 기업에 투자가 많이 늘어난다면 ‘나도 공시를 하고 싶다’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은 실망하는 모습이다. 이날 대표적인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업종으로 기대를 모아왔던 기업들의 주가는 동반 하락했다.
삼성물산(-2.66%)과 롯데지주(-2.53%) SK(-2.41%) LS(-2.03%) LG(-2.02%) 등 지주사는 물론 KB금융(-4.37%)과 한국금융지주(-3.71%) 삼성생명(-3.09%) 기업은행(-2.51%) 등 금융 보험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 2월 26일 밸류업 1차 세미나 이후에도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밸류업 기대로 올랐던 상승분을 대거 반납한 적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했던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1차 세미나 때와 마찬가지로 상장사 자율에 맡기는 등 도덕 교과서적인 접근이어서 정책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구체적인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세제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세정 지원 중 가업승계 컨설팅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 상장사 공시 담당 임원은 “현재 상장사 2세나 3세들은 증여 상속세 부담으로 회사를 물려받지 않으려 한다”며 “밸류업 정책에 부응할 때 이를 감경해준다고 하면 강력하게 밸류업 프로그램에 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재희 이광수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