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금융지주사가 실적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KB금융과 NH농협금융의 희비가 엇갈렸다. 보험계약마진(CSM)을 공격적으로 확보한 KB손해보험은 호실적을 낸 반면 그렇지 못한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보는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계 보험사 중 1분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낸 곳은 KB손보다. 292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2540억원)과 비교해 380억원(15.1%) 증가했다. 이 기간 보험영업손익은 2490억원에서 3670억원으로 1180억원(47.3%) 급증했다. 2위는 신한라이프다. 순이익이 154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 1340억원보다 200억원(15.2%) 증가했다.
이런 실적 개선은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 올인’ 전략 덕분이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을 이익을 현재 가치로 추산한 값으로 장기간 벌어들일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보험 부채의 시가 평가가 핵심인 새 회계기준(IFRS17) 아래에서는 CSM이 얼마나 많은지가 실적을 좌우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납입 기간 이후 보험금을 무조건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 보험보다 암 등 장기 인보험이 CSM 확보에 유리하다”면서 “KB손보와 신한라이프의 호실적은 일찌감치 장기 인보험에 드라이브를 걸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준비해 열심히 판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NH농협생명은 1분기 순이익이 78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70억원(31.6%)이 줄었다. 이 기간 NH농협손보도 순이익이 190억원(24.2%) 감소했다. 시중 금리 급등으로 발생한 보유 자산의 평가 손익 축소분을 CSM 확대로 만회하지 못했다.
하나금융 자회사인 하나생명은 지난해 1분기 20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올해 1분기 50억원의 순이익을 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하나손보는 순손실(80억→20억원)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구간이다. 신한금융의 신한EZ손보는 지난해 1분기와 같은 9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