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줄 알았는데… 주담대 금리 다시 4%대로 ‘꿈틀’

입력 2024-05-02 00:02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최근 4%대로 반등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며 올해 초까지 내림세를 보이던 은행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면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은행채 5년)는 전날 기준 3.43~5.906%로 집계됐다. 두 달 전인 2월 말 3.28~5.47%와 비교하면 상단이 0.44% 포인트가량 뛰었다. 이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도 지난달 말 상승 전환해 이날 3.82~6.831% 수준을 보였다.

이제 시중은행에서 주담대를 받는다면 평균 연 4%대 이자를 내야 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평균 금리는 4.11%였다. 전달 3.94%에서 0.17% 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 신한은행은 3.96%에서 4.00%로, 우리은행은 3.98%에서 4.02%로 상승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소폭 내렸지만 이 기간 신규 주담대 평균 금리가 4% 이상인 곳이 3곳까지 늘어났다.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보인 것은 고정형 주담대의 준거 금리인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가 오르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전일 평균 3.960%로, 3월 29일 3.764%에서 한 달 새 0.196% 포인트 올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면서 기대감을 선반영했던 은행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주담대 변동형 금리를 산정하는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4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높아진 은행채 등 시장금리 상승이 이달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채는 시장 전망에 따라 금리가 선행해 움직이지만 코픽스는 전달의 자금조달비용이 반영돼 후행하는 지수다.

고금리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대출 예정자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면 변동금리를 선호하지만 연말까지 한 차례 인하도 없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은행들이 고정금리 주담대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 향후 변동금리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는 금융 당국이 금리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정책모기지를 제외한 은행 자체 주담대의 고정금리 비중을 연말까지 30%로 확대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중은행은 금리변동 주기가 5년인 ‘주기형’ 주담대를 앞세워 고정형 주담대 비중을 늘리고 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보다 낮은 것은 물론 그동안 고정금리 역할을 한 혼합형(5년 고정+이후 변동)보다도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정형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