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요 교단인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에서 현직 총회장에 이어 제1부총회장까지 직무정지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교단을 대표하는 총회장 부재 상황에서 직무를 대행해 온 부총회장까지 법원 결정으로 활동이 중단된 것이다. 소속 교인만 30만명 넘는 교단의 리더십 공백 상황이 오는 9월 열리는 총회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1일 국민일보가 단독 입수한 결정문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재판장 김우현)은 전날 기침 제1부총회장인 홍석훈(대전 신탄진침례교회) 목사에 대해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을 결정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이 사건에는 입후보 자격 없는 자를 선출한 실체적 하자와 (교단) 선관위 의결에 반해 이뤄진 절차적 하자가 있다. 이 같은 사정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이어 “선관위 의결에도 불구하고 홍 목사에게 후보자 자격을 부여해 제1부총회장으로 선출한 선거는 절차적 하자가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해 9월 113차 교단총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목사는 제1부총회장으로 예비등록을 했으나 기침 선거관리위원회가 총회 규약 16조 1항(총회장 및 제1부총회장의 자격 조건을 ‘목사 인준 후 본 교단 가입교회에서 20년 이상 흠 없이 목회한 자’로 규정)을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본등록을 하지 못했다. 28년간 군목으로 있었던 홍 목사는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총회 석상에서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홍 목사의 제1부총회장 후보 자격을 부여한 의결이 이뤄졌고, 홍 목사는 단독 후보로 제1부총회장에 선출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군목 경력을 가입교회 목회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은 선관위 의결을 무효로 할 만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홍 목사가 사건 총회 당시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발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홍 목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엔 현직 기침 총회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직무가 정지됐다. 법원은 지난해 9월 총회장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의견 형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후원 내역과 관련해 상대 후보자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선거운동 지침 위반 등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총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기침은 총회장 직무집행 정지 3개월 만에 제1부총회장까지 직무집행이 정지되면서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일단 오는 9월 정기총회 전까지 김일엽 기침 총무 대행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