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우리는 부모가 되면서 새로 태어난다.”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 이어지는 ‘부모됨’의 과정이 뇌를 바꿔놓기 때문이다. ‘부모의 뇌’는 그 사람을 이전과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는다.
부모가 되면서 일어나는 심리적·신경생물학적 변화와 그 메커니즘을 탐구한 ‘부모됨의 뇌과학’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책은 부모가 되는 과정에서 우리 뇌는 어떻게 변하며, 이 변화는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답하고자 한다.
저자 첼시 코나보이는 보스턴 글로브, 뉴욕타임스, 폴리티코 등 미국 유력 신문에 기고하는 건강·과학 저널리스트다. 그가 부모의 뇌를 들여다보기로 한 이유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성인들의 삶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이며 극적인 신경생물학적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또 출산과 돌봄, 가족 등에 대한 시대에 뒤떨어진 사회적 관점과 담론을 바꿀 힘이 과학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책은 ‘모성 본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모성은 여성에게 잠재된 본능이며, 아기를 낳는 순간 스위치가 켜지듯 발동되는 것이라고 여겨져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과학은 모성 행동이 엄마에게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임을 밝혀왔다.
실제로 아이를 낳고 어쩔 줄 모르는 엄마도 많다. 쥐 실험에서는 새끼들과 보내는 시간이 주어지자 수컷들도 새끼들을 핥고 (안 나오는) 젖을 먹이려고 웅크렸다. 동물의 세계를 살펴보면 많은 종에서 새끼를 먹거나 버리거나 양육에 개입하지 않는 엄마들이 발견된다. 인류사에서도 영아 살해는 유구하다.
저자는 “모성 본능은 고전적인 허위 정보의 사례”라며 “타당성의 환상을 가진 개념이 그 반대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반복되고 결국은 자동으로 믿음을 얻는다”고 지적한다.
모성 본능이라는 허구 속에서 돌봄은 여성이 잘 할 수 있고, 여성이 해야 할 일로 규정돼왔다. 하지만 누구도 처음부터 그 돌봄을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엄마가 아기를 돌보는 일에 불안과 고통을 느끼고 산후 우울증을 경험한다. “부모 역할을 아무런 심리적 어려움 없이 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 양육자가 아빠인 경우, 자극에 대한 반응성을 보여주는 뇌의 편도체 활성화가 엄마들에 견줄 만한 수준으로 조사된다.
엄마와 아기의 애착 관계는 물론 신비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애착은 여성 호르몬이나 모성 본능의 작용이 아니다. 둘 사이의 깊은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것이다. “호르몬이 기초를 마련하지만 궁극적으로 부모의 뇌를 그들의 특별한 아기를 돌보는 상태로 배선시키는 것은 바로 그 상호 작용이다.”
저자는 “모든 인간 어른은 보호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아이를 돌보는 육아라는 행위로 인해 사람이 변하기 때문이다. 출산과 육아는 몸과 마음만이 아니라 뇌를 변화시킨다. 아빠가 아기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거나 육아 행동에 서툰 것은 아이에 몰두하는 시간이 엄마보다 훨씬 적어서 육아에 따른 뇌 변화가 덜 일어난 것일지 모른다.
저자는 부모 되기의 과정을 통해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본다. 부모 됨은 자기가 아닌 존재에 대해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헌신하는 경험이다. 아이는 엄청난 관심과 집중을 요구한다. 아이가 제공하는 신호의 홍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타인의 신호를 읽고 반응하는 사회적 처리와 관련된 뇌 영역이 강화된다. “부모의 뇌는 고유한 유연성을 통해 우리 자신을 넘어서 적어도 상대방에게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능력을 확장한다.”
출산은 본질적으로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경험이다. 이 극도의 스트레스는 기존의 생각을 뒤흔들어 자신의 강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삶에서 의미를 만드는 방식 등을 바꿔 놓을 수 있다. 한 연구는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이 삶에 대한 감사를 중심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을 보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뇌 전문가들은 출산과 양육을 통해 형성된 부모의 뇌는 평생 영향을 미치며 삶의 다른 영역에서 연민과 공감, 연대 등의 형태로 작용할 수 있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두 아이를 키우는 저자는 “나의 뇌와 심장을 영원히 바꿔놓은 두 아이”라고 썼다. “부모로의 변화는 인간이 겪는 가장 심오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라는 뇌전문가의 말도 인용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을 새로운 사람이 되는 기회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저자의 관점은 인상적이다. 주의 깊게 사랑을 주고, 타인의 마음을 아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될 기회.
부모의 뇌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고 초보적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설득력 있게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자신의 경험과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를 덧붙여 흥미롭고 중요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는 일이 어려운 시대에 이 책은 출산과 육아를 둘러싼 편견과 억압을 벗겨내는 한편 부모 됨의 의미를 깊고 아름답게 조명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