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협상 진전에… 기회 놓칠세라 美·중동 ‘총력 외교전’

입력 2024-05-01 01:40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빈 자심 알타니 카타르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걸프협력회의 각료회의에 참석해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지지부진했던 휴전 협상이 진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새롭게 제시한 휴전 협상안을 검토한 뒤 서면 답변 작성 준비에 들어갔다. 휴전의 결정적 기회를 잡은 미국과 중동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추가 군사행동을 억제하고 협상 타결을 끌어내기 위한 ‘총력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AFP통신은 29일(이하 현지시간) “하마스 대표단이 이스라엘의 새로운 협상안을 이집트 카이로에서 검토한 뒤 카타르로 떠났다. 서면 답변을 가지고 돌아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하마스 대표단은 지난 26일 카이로에서 전달받은 이스라엘 측 협상안을 이날까지 검토한 뒤 정치국 사무소를 둔 카타르로 돌아갔다.

하마스 고위 당국자는 AFP에 “이스라엘에서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분위기는 긍정적”이라며 “(협상안에) 큰 문제가 없다. 답변이 수일 안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대표단 관계자는 이집트 국영 알카헤라뉴스에 “서면 답변을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협상안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최소 40명의 인질 석방을 고수하던 이스라엘 정부가 33명 선에서 휴전을 받아들일 용의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겠다던 강경한 태도에서 한 발 물러섰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 진압을 준비하는 무장 경찰관들. EPA연합뉴스

다만 휴전 기간을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주간 휴전한 뒤 영구적으로 휴전하기 위한 추가 협상에 들어간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지만 AFP는 “40일짜리 휴전안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일주일간 일시적으로 휴전한 뒤 5개월 넘게 진척을 이루지 못한 휴전 협상이 접점을 좁혀가기 시작하자 미국 등 중재국들의 외교 행보도 분주해졌다.

미국과 중동 주변국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로 진군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휴전 협상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특별회의에 참석해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전달한 제안은 대단히 관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WEF에 참석한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도 희망적인 협상안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압박은 최고조에 달했다. 미 CBS방송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찬반 양측에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전시내각의 극우 인사들은 하마스의 협상안을 받아들이면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위협한 반면, 인질 가족과 미국은 전쟁을 끝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하마스 측 협상안을 ‘굴욕적인 항복’이라고 규정하며 라파 지상전 강행을 주장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