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국내 배터리 3사 중 그나마 나은 올해 1분기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당장은 우위에 섰더라도 미래 준비는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SDI는 1분기 영업이익 2674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9% 줄었지만 다른 기업에 비해 선전한 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대비 75.2% 줄어든 15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1889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손실 316억원으로 사실상 적자다. SK온은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배터리 업계는 일시적인 수요 정체 현상을 겪는 ‘캐즘(Chasm)’ 구간을 지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수요가 살아나고 시장이 다시금 팽창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삼성SDI가 업황 반등으로 얼마나 수익을 낼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시장이 가성비 높은 중저가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대세로 떠올랐다. 국내 업체들의 LFP 개발 속도는 더디다. 삼성SDI는 2026년 LFP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실제 이뤄질지 미지수다. 한 배터리 전문가는 “국내 업체들은 LFP를 저품질 제품이라고 무시했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 공장이 없는 것도 약점이다. 삼성SDI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가동을 목표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공장 3곳을 짓는 중이다. 단독 공장은 수년째 검토만 하고 있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도 단독 공장 설립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