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활동이 30일(현지시간) 종료됐다. 이에 따라 안보리는 대북제재 위반 사항을 유엔 회원국에 신뢰성 있게 알릴 수단을 잃게 됐다.
유엔에 따르면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은 이날 임기를 마치고 활동을 종료했다. 안보리는 지난 3월 28일 패널 임기 연장안을 표결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은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했다. 러시아는 대북제재에 일몰 조항을 신설하자는 자국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지난 11일 대북제재 체계 전반을 손보는 것과 연계해 패널 임기를 1년 연장하는 대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29일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패널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에서 파견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다.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위를 보조해 제재 위반 의혹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맡았다. 매년 두 차례 제재 위반에 관한 심층 보고서도 작성했다. 패널 임기는 매년 3월쯤 결의안 채택 방식으로 연장돼 왔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패널 임기 연장이 무산되자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며 “현시점에서 러시아는 핵무기 비확산체제 수호나 안보리의 온전한 기능 유지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탄도미사일 공급을 위해 북한을 두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다만 유엔은 패널 활동이 종료되더라도 대북제재 이행 감시 기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사무총장 대변인은 “대북제재위는 지속되며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여전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한·미·일 3국이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할 새로운 다자 전문가 패널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패널은 유엔 외부에 구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