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신성한 전당에서 영웅의 삶과 희생을 기리며 함께할 기회를 얻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29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홀에 유해가 안치된 한국전쟁 참전용사 랠프 퍼켓(사진) 육군 예비역 대령을 이렇게 추모했다. 퍼켓 대령은 1950년 11월 평안북도 205고지 진지를 6차례 사수하고 대원들 목숨을 구한 전쟁 영웅으로,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최고 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는 지난 8일 9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미 의회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유해를 안치하고 조문했던 곳에서 퍼켓 대령의 명예 안장을 진행하는 최고 수준의 예우를 보였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가운데 미 의사당에서 조문 행사가 거행된 것은 고인이 유일하다. 이날 안장식에는 존슨 의장과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존슨 의장은 추도사에서 “춥고 비가 와도, 누군가 총을 쏴도, 먹을 게 없어도, 그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적과 싸우는) ‘그 자리에 있으라’가 그의 모토였다”며 “한국전쟁에서 많은 용사가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옳은 일을 했다.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열망해야 할 본보기”라고 말했다.
추도식에선 육군 군악대의 에스더 강 하사가 찬송가 ‘저 장미꽃 위에 이슬’(In the Garden)을 불렀다. 서울 태생의 강 하사는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밴드가 추도식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원했다”면서 “아버지가 목사님이라 어렸을 때 한국말로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 이날 부르니 한국계 미국인으로 매우 의미가 깊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