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67·사진) 시집 ‘노동의 새벽’ 영문판이 출간됐다. 시집 출간 40년 만이다.
출판사 느린걸음은 “‘노동의 새벽’이 미국 하와이대학교출판부에서 영문판으로 처음 번역 출간됐다”고 30일 밝혔다. 영문판 시집 제목은 ‘Dawn of Labor’이며 한글 시도 함께 수록했다.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아시아·태평양학 출판사 중 하나인 하와이대출판부는 발간사에서 “‘노동의 새벽’ 영문판 발간은 세계 문학사와 노동운동사에 위대한 사건이 될 것이며,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며 “해외 대학의 한국학연구소와 한국학부에서 박 시인의 시집을 교재로 채택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집 번역은 천주교 수사로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쳤고 서정주, 신경림, 천상병, 고은, 김지하, 정호승 등 한국 시집 50여권을 번역한 앤서니(82·귀화명 안선재)가 맡았다. 앤서니 수사는 “박노해 시인의 작품 중에 제일 먼저 ‘노동의 새벽’을 해외에 소개하고 싶었다”며 “시대와 국경을 넘어 이토록 강렬한 시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노동의 새벽’은 박노해가 27세 청년 노동자이던 1984년에 펴낸 첫 시집으로 노동자들의 참혹한 현실을 고발하며 투쟁을 촉구한 작품이다. 박노해는 ‘노동 해방’을 뜻하는 ‘노해’를 필명으로 썼으며, 얼굴을 밝히지 않아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렸다. 이 시집은 금서 조치에도 불구하고 100만부 이상 발간됐으며 ‘한국 노동문학의 전설’이 되었다.
박노해는 1991년 ‘사노맹(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7년 6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2000년 비영리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해 생명·평화·나눔 운동을 하고 있고, 사진가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