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한국대사관이 한국 언론 주중 특파원들에게 ‘출입·취재 사전 허가제’를 일방적으로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파원들은 정재호(사진) 주중대사에게 “갑질을 멈추라”며 항의했다.
특파원 35인은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주중 대사관이 ‘출입이 필요하면 최소 24시간 전에 신청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특파원의 대사관 출입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고 취재 목적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통보는 지난달 말 정 대사의 갑질 의혹 보도 이후에 나왔다”며 “불통을 넘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알권리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주중대사관의 주재관 A씨는 지난달 초 정 대사에게 폭언 등 갑질을 당했다고 외교부에 신고했고, 외교부는 이달 중순 베이징 현지에 감사팀을 보내 사실관계 등을 조사했다. 갑질 의혹이 불거진 뒤 정 대사의 입장을 직접 들으려는 기자들이 대사관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대사관 측이 이 같은 상황을 차단하려고 출입 제한·취재 통제에 나선 것으로 특파원들은 보고 있다.
주중대사관은 “사전 신청 절차를 도입한 것은 최근 보안 관련 문제가 발생해 브리핑 외의 시간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밝혔으나 특파원들은 출입 제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파원들은 “대사의 독단적 판단과 사적 보복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한·중 관계가 변곡점에 놓인 상황에서 대사관이 취재 활동을 지원·보호하지 않고 불통과 탄압으로 일관하는 현 상황은 심각한 국익 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출입 제한 철회와 브리핑 정상화, 정 대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