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한국대사관이 한국 언론사들이 파견한 베이징 특파원들에게 ‘5월 1일부터 출입 24시간 전에 필요 사항을 신청하라’고 통보했다. 대사관 출입 및 취재 필요 시 24시간 전에 신청하면 그 내용을 대사관이 검토한 후 허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베이징 특파원들은 30일 성명을 내고 “특파원들의 대사관 출입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고, 취재 목적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 특파원 35명은 ‘정재호 대사, 대언론 갑질 멈춰라’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주중한국대사관의 ‘24시간 전 신청’은 대부분의 보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할 때 취재 원천 봉쇄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통을 넘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해외 공관이 현지에서 활동하는 특파원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재호 주중대사는 지난 3월 초 갑질 의혹 등으로 신고를 당해 외교부 조사를 받고 있다. 같은 달 국내 언론이 정 대사의 갑질 의혹을 보도하자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최전선에서 국익을 위해 매진하는 대사관의 직무수행을 방해했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게재한 바 있다. 특파원들은 주중한국대사관의 ‘출입·취재 사전 허가제’ 통보가 이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정 대사는 임기 내내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며 특파원 대상 월례 브리핑에서도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이메일을 통해 사전 접수한 질문에만 답변하고 있다.
미·중 관계가 시시각각 변하고, 한·중 관계가 변곡점에 놓인 상황에서 주중한국대사관의 이 같은 취재 제한은 심각한 국익 침해가 될 수 있다. 알 권리를 위해 일하는 특파원과의 불통은 국민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중한국대사관은 대사관 출입 제한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정 대사는 그동안의 불통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