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기 범죄 양형기준을 손보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제 양형위원회를 열어 보이스피싱과 보험사기를 양형기준 설정 대상에 새로 포함시켰고, 8월까지 각종 사기 범죄의 권고형량을 재검토해 수정키로 했다. 전세사기 등 조직적 사기 범죄의 양형기준이 강화될 전망이다. 대폭 높여야 한다.
형법 사기죄 조항은 1995년 이후 개정되지 않았고, 양형기준 역시 2011년 만든 것을 아직도 적용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 탓에 한국에서 사기는 ‘잡혀도 남는 장사’가 됐다. 오죽하면 암호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한국인 피해자들이 피의자 권도형씨를 미국에서 재판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겠나. 미국에서 6000억원대 보험사기범 숄람 와이스가 징역 845년을 선고받은 반면, 한국에서 1조원대 투자사기를 벌인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에게 2017년 선고된 형량은 징역 15년에 그쳤다.
낮은 형량은 사기 범죄를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는 작용을 한다. 한국은 ‘사기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연간 30만건이 넘는 사기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전체 범죄 중 20%나 차지해 가장 많은데, 재범률이 다른 범죄보다 월등히 높아 40%가 넘고, 사기 피해액의 회수율은 터무니없이 낮다(2022년의 경우 3.5%). 붙잡혀도 처벌이 무섭지 않으니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며 합의하려 들지 않고, 가벼운 형량 덕에 남는 장사를 경험한 이들이 처벌을 받고도 다시 사기 치러 다니는 것이다.
현재 일반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이고, 가중 규정을 적용해도 15년을 넘기 어렵다. 지난 2월 인천지법은 서민 191명의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가로챈 사기범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보증금을 날린 청년 4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터였지만, 그를 벌하는 방법은 그게 다였다. 재판부도 “선고할 수 있는 한도인 징역 15년은 악질 사기 범죄를 예방하기에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경제 범죄로 취급되던 사기는 이제 피해자의 삶을 망가뜨리고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질 범죄가 됐다. 양형기준을 넘어,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과 사기범죄자 신원 공개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