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표적] <59> 빵 일곱 덩어리와 물고기 두 마리

입력 2024-04-30 03:07
틴토레토(자코 로부스티) 作 / 빵과 물고기의 기적, 1570년

예수님이 무리를 가르치신 지 사흘째
먹을 것이 떨어져 사람들이 굶게 되었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네
저들을 이대로 보내면 길에서 쓰러지겠구나

제자들이 예수님께 대답하네
이 광야에서는 음식을 구할 수 없습니다
저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일 수 없으니
그들을 그냥 돌려보내야 합니다

빵이 몇 덩어리 남았느냐
빵 일곱 덩어리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뿐입니다
예수님은 무리를 나누어 땅에 앉게 하신 뒤
그 음식을 들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축사하시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가져다주어라 하시며
음식을 떼고 또 떼어 제자들에게 나눠주시네
이때 4000명은 그걸 먹고 모두 배가 불렀고
남은 빵을 거두니 일곱 광주리가 가득 찼네
이른바 '칠병이어(七餠二魚)' 표적이다.(마 15:32~38; 막 8:1~10) 이 표적은 '오병이어' 표적(마 14:13~21; 막 6:30~44; 눅 9:10~17; 요 6:5~15)과 그 전체적인 전개가 흡사하므로, 혹자들은 두 사건이 같은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두 사건은 별개의 표적이다.(막 8:19~20) 표적의 대상이 오병이어 사건은 유대인들이고, 칠병이어 사건은 이방인들이다. 표적의 장소도 하나는 갈릴리 호수 북동쪽 벳새다 들판에서 일어났고, 하나는 갈릴리 호수 남동쪽 데가볼리 지역에서 일어났다. 표적을 베푼 음식도 빵 다섯 덩어리와 빵 일곱 덩어리로 서로 다르다. 먹은 사람들도 5000명과 4000명으로 각기 다르다. 먹고 남은 빵도 하나는 열두 광주리, 다른 하나는 일곱 광주리다. 이 두 사건은 예수님이야말로 하늘의 참 빵으로서 우리의 삶을 풍성케 하는 '생명의 빵'임을 일깨워준다.

김영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