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29일 통보했다. 공수처는 이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도 사흘 만에 재소환하는 등 피의자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이 사건 기록 회수 당일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수사상 필요에 따라 김 사령관을 포함한 많은 사건 관계인들과 출석 문제를 조율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 사령관은 이르면 이번 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 조사도 차례로 진행될 전망이다.
채 상병 사건 핵심 쟁점은 지난해 8월 2일 오전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수사 자료를 같은 날 오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하는 과정에 누가 지시·관여했는지다. 애초 경찰에 이첩된 자료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됐다. 하지만 자료 회수 후 사건을 넘겨받은 국방부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 등을 빼고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재이첩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난해 7월 31일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김 사령관은 지난 2월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 재판에서 “이 전 장관 지시가 없었다면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을 정상 이첩했을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이날 사건 회수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의혹을 받는 유 관리관을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유 관리관은 지난 26일 1차 조사 때 14시간가량 조사받은 데 이어 밤늦게까지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7~8월 박 전 단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이 지난해 7월 31일 박 전 단장과 처음 통화하며 ‘경찰 이첩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본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8월 11일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유 관리관과 총 다섯 차례 통화를 하면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를 빼라’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며 외압으로 느꼈다고 주장했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8월 2일 오후 1시50분쯤 직접 경북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자료 회수 요청을 한 의혹도 받는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이 당일 오후 이시원 비서관과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사건 회수 과정에 관여했는지도 공수처 수사 쟁점이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