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이 넘어 은퇴할 나이지만 기업을 받겠다는 자식이 없어 30년 넘게 쌓아온 경영·기술 노하우가 사장될 위기다.”(제조업 A사)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중소기업으로 인정하는 매출기준은 10년째 그대로다.”(지방 스타트업 B사)
오영주(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진행해온 ‘우문현답 개혁TF’에서 나온 애로사항들이다. 오 장관은 4개월간 중소기업과 창업·벤처기업 경영인, 소상공인 등과 60차례 만나 현장 상황을 청취했다. 중기부는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5대 전략, 17개 추진과제로 구성한 중소기업 중장기 정책 ‘중소기업 도약 전략’을 29일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먼저 친족에게만 이뤄지던 ‘가업 승계’ 개념을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기업 승계’로 확대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M&A 방식으로 기업 승계를 원하는 중소기업에는 중앙정부·지자체, 민간 중개업체를 통해 M&A 준비·컨설팅부터 경영 통합까지 모든 단계를 지원한다.
중소기업 매출기준을 현재의 물가 수준에 맞게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한다. 현행 기준은 2015년 이후 10년간 유지돼왔다. 현재는 업종에 따라 연 매출 400억~1500억원이면 중기업, 10억~120억원이 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중소기업 확인 기간을 단축하고 자동심사 시스템을 구축해 서류제출 부담도 완화한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19만명에 이르는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취업이 가능한 E-7 비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도·베트남 등 해외 우수대학에서 전문인력을 발굴하고 직무 특화교육을 진행한 뒤 국내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차세대 반도체·스마트 헬스케어 등 잠재력이 높은 산업을 키우기 위해 신성장 분야에 투입되는 신규 정책금융 공급 비중도 높인다. 현재 53%에서 2027년까지 70% 수준으로 확대한다. 2027년까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 절반 이상은 신규 혁신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중소기업계는 중기부 발표에 환영을 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이노비즈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빠르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전 부처가 한 팀이 되어 협업해주길 바란다”, “지속적인 기술혁신 활동과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에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