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익 은닉 가담까지… 모럴해저드 변호인들

입력 2024-04-30 02:05
검찰이 29일 ‘고엽제 전우회 분양사기 사건’ 주범 함모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사진은 함씨 자택에서 찾아내 압류한 금붙이. 서울중앙지검 제공

‘고엽제 전우회 분양사기 사건’ 주범이 범죄수익 몰수·추징을 피하려고 수감 생활 중 151억원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변호인 2명은 일부 범죄수익 은닉에 가담했고, 법원에 허위 양형 자료까지 낸 것으로 조사됐다. 변론권의 한계를 일탈한 변호사의 전형적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사건이라고 검찰은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이희찬)는 29일 시행사 대표 함모(65·수감 중)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위계 공무집행방해, 무고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일부 범행에 가담한 변호사 위모씨와 강모씨, 회사 직원 2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고엽제 전우회 사건’은 함씨 등이 2013~2015년 전우회 회원들을 동원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압박한 뒤 택지 개발사업권을 따내 사업을 진행한 사건이다. 함씨는 2018년 1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범죄수익 151억원을 허위 대여금, 용역대행비 등 명목으로 회계처리해 자신이 운영하는 3개 법인으로 빼돌렸다. 돈은 함씨의 변호사 비용과 가족에 대한 급여 지급, 자동차·부동산 매입 등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함씨는 1심 유죄 선고 이후 2019년 1월 항소심 재판 중 감형받기 위해 법원에 허위 변제 내역을 제출한 혐의도 받는다. 함씨는 법인자금 횡령 혐의로도 기소됐는데, 18억원을 법인에 변제한 것처럼 가장했다가 다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변호인 위씨와 강씨는 함씨와 공모해 ‘횡령 피해액을 회복한 점을 감안해 달라’는 취지의 허위 자료를 법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변제가 정상적으로 된 것처럼 꾸민 것이다.

함씨는 2019년 7월 징역 9년에 180억원 몰수·추징 판결이 확정됐다. 위씨는 함씨 실형 확정 후 변호인 접견이 제한되자 접견 기회를 늘리려고 허위 고소까지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함씨 회사의 전직 직원 변모씨는 ‘급여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허위 고소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함씨를 고소했다. 함씨는 이후 직원 등에게 옥중 업무지시서를 전달해 범죄수익을 은닉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수용자의 변호인 접견은 교도관 참여 및 녹음 등이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 검찰이 지난해 2월 범죄수익 은닉 혐의 수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함씨의 몰수·추징금 납부액은 전체의 0.56%에 불과한 1억원가량이었다.

검찰은 함씨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금붙이 등 은닉재산을 찾아내는 등 차명재산 26억원을 추가 환수했다. 나머지 추징금 집행을 위해 부동산 등 70억원 상당의 재산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