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다 성취감 중시한다”… 이색 마라톤에 푹 빠진 MZ

입력 2024-04-30 02:30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펀런(FUN RUN) 마라톤대회 ‘빵빵런 2024’에 참가한 하다은씨가 지난 14일 친구와 함께 완주 메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씨 제공

서울 구로구에 사는 하다은(23)씨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에서 열린 ‘빵빵런’ 마라톤 5㎞ 코스에 참가했다. 마라톤 경험이 없던 하씨가 ‘빵빵런’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코스를 완주하면 주는 메달과 티셔츠 때문이었다. 통상 마라톤 메달은 로고만 박혀 있지만 빵빵런 메달은 귀여운 캐릭터가 알록달록 새겨져 있다. 하씨 눈엔 기념 티셔츠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옷으로 보일 정도로 세련돼 보였다. 하씨는 29일 “굿즈(상품) 디자인부터 기념품까지 딱 MZ세대를 노린 마라톤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참가자 1인당 빵 1개를 취약계층 아동에게 기부하는 마라톤 취지도 하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MZ세대가 이색 마라톤에 주목하고 있다. 누구나 별도 장비 없이 가볍게 참여할 수 있고, 특별한 기념 굿즈도 챙길 수 있다. SNS에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인증샷을 올리는 데 익숙한 MZ세대에겐 색다른 인증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끄는 요인이다.

금천구청장배 마라톤은 완주 시 메달 대신 수육을 제공해 ‘수육런(Run)’으로 알려진 이색 마라톤 대회다. 지난 23일 선착순 950명을 대상으로 접수를 시작했는데, 신청에 성공한 이들 대부분이 MZ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남 금천구 육상연맹 회장은 “신청한 이들 대부분이 2030세대”라며 “예전에는 정부 차원에서 일주일에 3번 30분 운동하자는 ‘7330운동’을 홍보할 정도였는데, 요즘 사회 분위기는 젊은 세대도 건강을 챙기는 쪽으로 가는 것 같아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MZ세대는 마라톤 참여가 기록 때문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2022년부터 총 12번의 마라톤에 참여한 하수민(22)씨는 “경쟁사회에서 기록으로 평가받지 않고 달렸다는 노력과 과정 자체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마라톤”이라고 말했다. 하씨는 “마라톤을 하나의 문화행사로 생각하고 참여한다”면서 “특별한 인증사진을 남길 수 있는 이색 마라톤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컬러레이스’ 참가다. 컬러레이스는 다양한 색상의 옥수수 전분 가루를 온몸으로 맞아가며 달리는 이색 마라톤이다.

전문가들은 ‘완주’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이색 마라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MZ세대는 마라톤 기록이 나쁘거나 완주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그저 마라톤을 경험하고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함께 즐기는 데 의의를 둔다”고 설명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