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현장선 안된다는데… 경찰·소방 공조체제 문제 없다고?

입력 2024-04-30 02:20

경찰과 소방이 출동 대응에서 소통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국민일보 29일자 ‘귀가한 줄도 모르고 4시간 뺑뺑이…경찰·소방 삐거덕’ 보도 후 경찰청 관계자는 “두 기관 간에 정보 공유와 무전망 구축 등 공동대응 시스템이 문제없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에선 공동대응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경찰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도입된 ‘재난안전통신망’을 통해 경찰과 소방 측이 무전으로 충분히 소통한다고 강조했다.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 양 기관이 이 통신망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 경찰관이 무전기 채널을 바꾸면 소방서 상황실과 무전망으로 대화할 수 있고, 소방대원도 같은 채널로 무전을 맞추면 경찰과 충분히 소통 가능하다”고 했다.

현장에선 이 재난안전통신망을 ‘LTE 무전기’로 통칭한다. 경찰청의 설명과 달리 현장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LTE 무전기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소방 당국은 직원 대상으로 LTE 무전기 활용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소방 측은 이 무전기를 본부와 현장 소방대원이 교신하는 등 내부 교신이 필요한 때에만 쓰고 있다고 한다.

두 기관의 연락 수단은 사실상 양 기관의 공용 휴대전화뿐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통화가 이뤄지지 않는 적이 많다. 일선 소방서 구급대원 A씨는 “공용 휴대전화로 경찰에 전화해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과 소방의 공동대응 명목으로 출동을 나갈 때마다 경찰이 현장으로 오고 있는지 매번 소방 상황실을 통해 확인한다고 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의 ‘긴급신고 통합서비스’에 따라 양 기관이 사건 신고 내용과 신고자 전화번호 등도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북부청 소속 경찰관 B씨는 “경찰 입장에선 소방과의 공동대응 사건 외에도 계속 신고가 들어오기 때문에 특정 사건을 계속 모니터링할 수 없다”며 “소방청에 사건 상황을 실시간 통보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현장 실정이 이런데도 경찰청은 공조 시스템이 이미 마련돼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전문가들은 2022년 이태원 참사의 요인 중 하나로 경찰과 소방 간 협력 실패를 꼽는다. 경찰은 시스템 자랑만 할 게 아니라 왜 현장에서 그 ‘문제 없다’는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최수진 사회부 기자 orc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