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라인’은 일본에서 약 96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다. 한국의 카카오톡 같은 존재다. 일본에서는 한국 기업이 개발한 서비스라는 데 대해 아쉬워하는 기류가 있었다. 최근에는 이런 아쉬움이 ‘반한 감정’으로 격화하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가 라인을 일본의 메신저로 만들겠다면서 국수주의 전략의 타깃으로 삼으면서다. 한·일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자칫 한국 정부가 이에 대응할 경우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라인은 2011년 6월에 네이버 일본 법인인 네이버 재팬(현 라인 야후)이 출시했다. 라인 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합작한 현지 법인으로 지분의 64.4%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네이버가 50대 50으로 출자한 중간지주회사인 A홀딩스가 보유 중이다.
그런데 소프트뱅크가 최근 네이버에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했다. 발단은 고객 정보 유출 사고다. 라인 야후는 지난해 11월 27일과 올해 2월 14일 2차례 정보 유출 문제를 겪었다. 네이버 클라우드 및 라인 야후의 위탁 기업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다. 이에 일본 정부는 올해 들어 2차례 라인 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렸다. 일본 정부는 자본 관계에 대한 재검토도 요청했다. 라인 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한국 기업인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보 유출이 또 발생하면 일본 자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는 국수주의적 논리도 덧붙였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의 주식을 추가 인수하면 독자적인 대주주가 되고, 라인 야후는 일본 기업이 된다.
한국 정부도 대응을 예고했다. 외교부는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선 안 된다”며 “네이버 측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일본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측은 29일 “관련 사안에 대한 뚜렷한 입장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산업계에서는 한·일 정부가 정면충돌하는 모습이 연출될 경우 양국에서 반일·반한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 국민이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는 일본 기업의 서비스여야 한다’는 일본 내 목소리가 커질수록 네이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네이버와 한국 정부가 당분간 ‘침묵’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네이버가 지분 정리에 응할 의무는 없다. 대신 개인 정보 유출 방지책을 꼼꼼하게 마련하면 일본 정부가 지분 정리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진다. 정부 역시 경제 논리를 정치적 사안으로 만들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의도에 넘어갈 이유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라인은 네이버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일본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서비스가 순항 중”이라며 “양측의 정부 차원 움직임이 자칫 기업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