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를 비롯한 전국 66개 광역·기초자치단체의 금고은행 계약이 올해 말 만료를 앞둔 가운데 은행들이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 현황’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 중 부산·울산·제주의 금고 계약이 올해 12월 31일 만료된다. 부산 해운대구를 포함한 63곳 기초자치단체도 계약이 끝난다.
은행들은 지자체 금고 자리를 꿰차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 금고 운영은 인지도를 높이고 주요 고객을 확보할 기회일 뿐 아니라 지자체가 벌이는 사업을 수주하는 데도 유리하다. 실제 부산시금고는 한해 약 15조원 규모의 예산과 기금을 관리한다. 주금고가 70%, 부금고가 30%를 담당하고 있다.
지자체 금고로 선택받기 위해 과도한 출혈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신한은행은 2018년 서울시 금고 지정 입찰 과정에서 전산시스템 구축비용으로 1000억원을 제시했다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와 과태료 21억311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금융 당국이 1000억원 중 393억원은 필수 비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전국 지자체 금고 점유 현황을 보면 농협은행이 187개(주·부금고 포함)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다음으로는 신한은행(27개), KB국민은행(19개), 우리은행(17개), 하나은행(14개) 순이다. 광주은행(26개), 대구은행(23개), 경남은행(20개), 부산은행(16개) 등 지방은행도 각 거점 지역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과거 지방은행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지자체 금고 자리도 시중은행의 공격적 참전에 점점 위협받고 있다.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부산의 경우 줄곧 주금고 운영을 맡아온 부산은행 입지를 부금고 사업자인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위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부산신용보증재단 정책자금에 110억원을 출연하며 ‘출연금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에 질세라 국민은행도 하나은행보다 10억원 많은 12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이에 부산은행도 출연금을 8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은행들은 지자체·공공기관과 지방은행 간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보완해줄 것을 금융 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지방금융지주 회장·은행장은 지난달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간담회에서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을 만드는 행안부가 지방은행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