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사이클 온다’… K 전력, AI發 수요 폭증에 대박 기대감

입력 2024-04-30 02:01
게티이미지뱅크

전력기기 생산 기업 LS일렉트릭은 29일 올 1분기 매출 1조386억원, 영업이익 93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시장 예측(영업이익 740억원)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도 각각 1분기 영업이익 562억원, 1288억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1년 전과 비교해 298.2%, 178.2%씩 급증한 수치다.


인공지능(AI)과 전기차 등의 확대로 글로벌 전력 수요가 폭증하며 국내 전력기기·전선 업계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 AI 반도체 생산 공장과 데이터 센터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여기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과 변압기 등의 설비 수요가 덩달아 늘고 있어서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주가도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반년 새 HD현대일렉트릭(239%), LS일렉트릭(129%), 효성중공업(65%) 등이 급등세를 연출했다.

업계 안팎에선 올해가 전력 시장의 슈퍼 사이클 원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등은 24시간 전력 가동이 필수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미국 내 변압기와 전선의 70%, 전력 차단기 등의 60% 이상이 30년 넘게 사용돼 교체 주기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29일 “코로나19 당시 무너졌던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복구되고 AI 수요 폭증 등이 맞물렸다”며 “유례없는 슈퍼 사이클이 오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도 국내 기업에 호재다. 미국의 탈(脫)중국 공급망 정책으로 한국산 전선·전력기기 수요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국내 전선 업계 1위 LS전선의 미국 해저 사업 자회사인 LS그린링크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투자세액공제 9906만 달러(약 1365억원)를 받는다. 2위 업체인 대한전선도 최근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에서 1100억원 규모의 전력망 교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말 미국 실리콘밸리 전력망 현대화 사업에 참여해 총 782억원 규모의 변압기 9대 공급 계약을 따냈다.

중동 등의 전력 수요도 증가세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 메세 2024’ 전시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반다르 알 코라예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 등과 만나 전력 인프라 사업 등의 논의를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를 비롯해 중동, 유럽 등의 전력 설비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국 원자재 시장조사기관 CRU는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이 2029년 29조5000억원 규모로 2022년 대비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AI 데이터 센터의 고전압 전력을 감당할 초고압 변압기, 케이블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압 전력기기를 중심으로 시장 성장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