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돌아온 3고 현상에 대처하기

입력 2024-04-30 00:32

3%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환율도 올랐다. 2022년 하반기에 두드러졌던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이 다시 나타나 그때처럼 민생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이 많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다르고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경제 전반의 물가가 빠르게 상승했던 2022년과 달리 최근에는 국제유가 상승, 작황 부진에 따른 과일값 폭등 등 소수 품목이 고물가를 이끌고 있다. 여타 품목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중동 사태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유가와 올해 작황을 미리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변동성이 높은 부문을 제외한 인플레이션은 안정되고 있어 물가 상황이 악화된다고 보기 어렵다. 2022년처럼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고물가에 대응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금리정책은 물가 상황에 좌우될 수 있다. 다만 최근에 변동성이 높은 부문에서 일시적으로 물가가 불안정해졌다면 굳이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국제유가 상승과 작황 부진이 금리 인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리정책이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일시적 상황에 대한 정책 대응이 경제를 오히려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높은 변동성에 따른 현상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에 중점을 두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고환율은 우리나라보다 미국의 물가상승세가 더 강하고, 이에 따라 미국 금리가 더 높게 유지돼 발생했다.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우리나라보다 더 굳건한 상황이 반영돼 있다. 국가별로 경제 상황이 달라 환율이 올랐는데, 상황이 그대로인데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까. 환율 상승은 미국의 강한 성장세가 파급되는 기제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된다. 수입물가 상승은 국산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국내 기업에도 긍정적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가 과열되는 경우 환율이 내려가면 경제가 안정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환율 안정보다 경기 안정을 추구한다면 환율 변동을 나쁘게만 볼 필요가 없다.

지금의 3고 현상이 불안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 경제가 안정되고 있으므로 지나치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우리 경제는 전분기 대비 1.3% 성장했다. 연간 성장률로 환산하면 5.2%에 해당한다. 수출뿐 아니라 내수도 성장에 기여했다. 물가 불안을 감내하면서까지 경기 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적 거시정책을 유지하고, 코로나19 위기에서 급증한 재정적자를 줄이면서 재정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는 우리 경제에도 적용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속한 저출생·고령화로 앞으로 재정 건전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부담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경기가 회복돼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똑같겠지만, 그렇다고 경기 부양책이 능사는 아니다.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경기 부양책을 반복하다가 경기가 오히려 불안정해진 중남미 국가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선거철에 근거가 부족한 인기 영합 정책이 난무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당장 인기가 없더라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책들이 쏟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치인을 결국 국민들이 신뢰하고 지지하지 않겠는가.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