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가 최근 젊은 검사들 사직이 증가한 현상의 원인으로 “검찰 악마화 프레임으로 인한 자긍심 저하”를 지목했다. 그는 “검찰에서 사건 비율로는 0.1%에 불과한 정치적 사건에 관련된 분들이 ‘검찰 해체’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 개혁을 공약한 범야권이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정치권의 ‘검찰 해제’ 주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2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장진영(사법연수원 36기)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지난 25일 검찰 내부망에 ‘젊은 검사들의 탈검찰화’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검찰 내부에선 최근 젊은 검사의 이탈과 조직 고령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10년차 이하 검사 퇴직 수는 2019년 19명, 2020년 21명, 2021년 22명, 2022년 41명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해에도 38명이 검찰을 떠났다.
반면 전체 인력 중 고검검사급(차장·부장) 이상 간부 비율은 2014년 27.1%에서 지난해 38.2%로 늘었다.
젊은 검사들의 퇴직 이유로 격무, 낮은 급여 등이 거론되지만 장 부장은 조직 내 자긍심 저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장 부장은 “검사 가족 중 누군가는 지인들로부터 ‘검사는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온 후, 일하다 녹초가 돼 귀가한 검사에게 ‘너도 나쁜 사람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적었다.
특히 장 부장은 검찰 악마화 프레임의 주요 배경인 ‘정치 관련 수사’가 전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1%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정치적 사건에 관련된 분들이 이제 ‘검찰 해체’ 주장을 한다”며 “법적·정치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검찰 악마화’ 프레임을 강화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적었다.
장 부장은 “0.1%의 일부 정치인의 사법적 이익을 위해 99.9%에 해당하는 일반 국민들의 범죄 피해에 눈을 감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악마화’ 전략이 성공해 검찰이 해체되면 그다음에는 ‘공수처, 경찰, 법원의 악마화’ 프레임 전략이 시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법치주의가 파괴되고 법에 의한 분쟁 해결 자리를 다수에 의한 마녀사냥이 대신하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능한 젊은 검사들의 탈검찰을 방관해도 되는지 걱정된다”며 “이는 수사지연 등 형사사법 시스템의 문제와 해결방안과도 연결되는 내용이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방안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