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양 특허 노젓는 中… 韓, 수주량에서 밀릴라

입력 2024-04-29 02:02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조선·해양 관련 특허출원 건수가 중국의 6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이후 업계 전반이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감소한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특허를 대거 보유한 기술 강국으로 성장했다. 연구인력을 늘려 특허를 확보해 기술 우위를 점하고 신규 수주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와 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조선·해양 분야 특허출원 건수는 255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형 조선사와 중소형 조선사, 조선소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기자재업체가 연간 출원한 특허 수를 모두 합한 수치다. 한국은 2014년 3942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반면 2021년 기준 중국의 조선·해양 특허출원 건수는 1만5517건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발표한 제조업 육성 정책 ‘중국제조2025’에 따라 조선업에 수조원의 돈을 투자했다. 공격적 투자가 특허출원 급증으로 이어졌다. 일본은 1985년 3417건으로 특허출원 건수 세계 1위였으나 당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를 강제로 올리는 ‘플라자합의’를 기점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연간 특허출원 건수는 1000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 조선업계는 1990년대 초만 해도 지식재산권(IP)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프랑스 기업 GTT의 멤브레인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과 관련한 해외 로열티 유출과 불공정한 기술공급계약 이후 IP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조선사들은 GTT사에 LNG 선박 1척당 100억원가량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정비, 수리 등 사후 서비스(AS)도 사실상 GTT와 독점 계약을 맺고 있다.

특허출원 수 증가는 신규 선박 수주량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은 2005년 연간 특허출원량에서 일본을 넘어선 뒤 수주량에서도 일본을 제쳤다. 한국은 2013년 이후 중국에 특허출원량이 역전된 뒤 수주량 순위에서도 중국에 밀렸다. 연구·개발(R&D) 결과물인 특허출원 증가는 관련 인력 증가와 R&D 투자를 견인하고 수주 역량을 높이는 결과를 나타냈다.

국내 조선사들의 특허출원 부진 원인은 조선·해양 분야 기술·연구 인력 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2013년 2만500여명이던 기술직은 2022년 8500여명으로 급감했다. 조선사 관계자는 “2022년 기준 연구인력은 1400여명에 불과하다”며 “최근 조선업 경기회복에도 열악한 임금과 근무여건, 제조업 기피, 조선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인적자원개발위 관계자는 “기술·연구 인력과 특허출원 감소는 조선·해양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와 자율운항 선박 등장 등 기술격변기에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