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속에 주요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이 코로나19 직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각종 금융지원 정책 효과가 끝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건설사의 부실 채권이 증가해서다. 기업 대출 위험 요인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은 0.32%로 집계됐다. 바로 직전 분기(0.29%)보다 0.03% 포인트 상승했다. 가계 대출 연체율은 0.26%에서 0.28%로, 기업 대출 연체율은 0.31%에서 0.35%로 뛰었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끝나자 다시 2019년 1분기(연체율 0.33%)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연체율 상승세가 특히 두드러진 업종은 건설업이었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건설업 연체율은 0.78%로, 지난해 같은 기간(0.37%)보다 2배 이상 급등했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건설업 연체율은 각각 1.18%, 1.13%로 솟구쳤다. PF 부실 우려가 지속하며 건설업종 내 한계기업이 속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 기업대출 잔액은 1900조원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업(175조7000억원)과 건설업(44조3000억원)의 대출 증가분이 전체 업종 대출 증가(567조4000억원)의 38.8%를 차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비중 등을 보면 기업대출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하거나 일부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있다. 문제는 차주들의 연체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3개월 이상 연체 채권)은 0.28%로 전년 동기보다 0.01% 포인트 상승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