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 일일 DJ 데뷔한 통신사 대표… 알고보니 AI

입력 2024-04-29 03:22

“사랑하는 유플러스 가족 여러분, 황현식입니다. 봄이 한층 가까워진 계절입니다. 구성원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오길 바라며, 아침을 여는 굿모닝 싱어송 저의 추천곡 2곡으로 활기찬 아침을 시작하기 바랍니다.”

최근 LG유플러스의 사내 아침 방송에서 황현식 대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LG유플러스는 오전 8시50분부터 10분간 인기 가요 3~4곡을 틀어주는데, 이례적으로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예고 없이 진행된 황 사장의 일일 DJ 데뷔에 직원들 사이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황 사장의 방송 출연에는 반전이 있었다. 아침 방송의 진행자는 황 사장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었다.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 ‘익시(ixi)’가 그의 목소리를 학습한 뒤 DJ 멘트를 한 것이었다. 직원들은 AI DJ의 목소리를 대부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벤트를 기획한 건 황 사장이었다. 그는 대표가 임직원들보다 먼저 AI를 직접 경험하고 익숙해지겠다며 이벤트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겐 진입장벽이 높은 최첨단 기술 중 하나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차원에서다.

최근 통신 시장 성장 둔화 속에 AI 도입을 통한 비용 효율화와 신규 사업 진출 등 AI 전환이 통신업계의 트렌드가 되면서 CEO들의 AI 강조 빈도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 이동통신사 주주총회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 등 통신 용어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진행된 주총에선 AI가 주요 주제로 떠올랐다.

그간 업계에서 AI 경쟁 후발주자로 평가받던 LG유플러스는 최근 익시를 활용한 서비스 제공 등 AI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통신 3사와의 AI 경쟁에서 뒤처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