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성추문 입막음’ 사건 재판 때문에 궁지에 몰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처지는 물론, 자신의 약점인 나이를 소재로 농담을 하며 여유 만만한 모습을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만찬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자 “너무 시끄럽게 하지는 말자. 도널드가 듣고 있다. 졸린 돈(Sleepy Don)”이라고 일성을 날렸다. 슬리피 돈은 트럼프가 법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꼬집은 것이며, 평소 자신을 가리켜 ‘슬리피 조’라고 부르던 트럼프에 대한 앙갚음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Stormy) 대니얼스와의 성추문이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줘 입막음하고 이 비용 관련 회사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돼 지난 22일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는 최근 며칠 힘든 날들을 겪었다. 폭풍 같은 날씨(stormy weather)라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날씨를 소재로 스토미 대니얼스의 이름을 거론한 것이다.
이어 “트럼프는 너무 절실한 나머지 자기가 판매하는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십계명의 제1계명을 읽었는데 ‘너는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구절에서 ‘나랑 맞지 않는 책’이라며 성경을 덮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소송 비용 압박에 지난달부터 성경을 59.99달러에 팔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이를 소재로 ‘자학 개그’를 펼치기도 했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만찬 연설을 걱정하길래 “걱정 마라. 자전거 타는 것과 같다”고 했더니 부인이 “그게 바로 내 걱정”이라고 받아쳤다고 말해 좌중이 폭소했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던 과거 일을 꺼낸 농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맞다. 나이가 문제다. 난 6살짜리와 경쟁하는 어른”이라며 트럼프를 철없는 어린아이에 비유했다.
1921년 시작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은 1924년 캘빈 쿨리지부터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자리로 정립됐다. 재임 기간 참석하지 않은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하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